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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포스코·KT, 무늬만 민영화…정권비리에 '휘청'
기사등록 일시 : [2012-05-21 15:58:21]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요즘 포스코와 KT가 현 정권 비리와 엮이면서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곳은 정권 실세가 회장 선임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고, 파이시티 인허가에도 관계됐다. 또 한 곳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연루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들 두 회사의 공통점은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곳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주인 없는 기업이다 보니 아직도 낙하산 인사나 정부 입김에 휘둘리면서 ‘무늬만 민영화’됐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 효율성을 높여 공공의 이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라는 우산 아래서 세금만 축내지 말고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라는 것이다. 공기업의 비효율성과 경영 부실이 개선되니 이만한 묘약이 없다. 당연히 세금 들어갈 일이 줄어 외견상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해외자본에 넘어갈 경우 심각한 국민적 손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민영화로 인해 얻은 이익이 자칫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데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이익만 추구하다보니 서민 부담만 늘어나는 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는 공기업이 갖는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 공기업들은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철도, 전기, 수도, 가스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하지만 민간 경쟁자가 없다. 그러니 민영화할 경우 해외 자본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된다. 국부유출 논란도 이 때문에 생긴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로 불거진 이른바 ‘먹튀’ 논란이다.

특히 심각한 점은 민영화됐다지만 외풍(外風)이 심하게 분다는 점이다. 정부가 민영화 전부터 통제해 왔기 때문에 여전히 입김이 세다. 낙하산 인사와 CEO 선임에 개입해 회사를 흔들어 놓는 것도 그래서다. 부모가 낳았다는 이유로 결혼한 자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려는 것과 같다.

◇정권말기만 되면 흔들리는 ‘포스코’

포항종합제철소에서 2000년 9월 완전 민영화한 포스코는 정권 교체기만 되면 여전히 회장 선임과 관련해 심각한 외압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적 철강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권말기나 회장 선임 시기만 되면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린다. 

포스코는 IMF 당시 정부가 외자유치를 위해 국민주 공모로 민영화를 추진했다. 향후 얻어진 이익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민영화 방식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에도 포스코는 민영화한 공기업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민영화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되면서 기업 투명성이나 실적 등에서 빼어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조차 포스코를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철강회사”라고 극찬했을까? 버핏은 포스코 지분 4%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포스코지만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 지분은 한 주도 없는데 말이다. 굳이 정부와 연관 짓자면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주식 6.81%가 전부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현 정부의 전리품처럼 다뤄진 것이다. 당연히 세계 3위의 철강기업으로서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경쟁동력을 잃는 일이 민영화한지 20년을 넘긴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회장들 치고 명예롭게 떠난 이들이 없다. 포스코를 세우고 이만큼 키운 故 박태준 명예회장마저 결국 불명예퇴진하지 않았냐?”며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이런 이유로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 조사가 정권의 불법 부당한 개입을 털어내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가가 키우고 국민이 뒷받침한 기업인 포스코를 권력이 입맛에 맞게 주무르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권 낙하산 인사 줄줄이 ‘KT’

2001년에 민영화한 KT(한국통신공사) 역시 성공한 사례로 인정받고 있지만 최근 서유열(56) KT 홈고객부문 사장이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에 사용된 대포폰 개설에 관여한 게 드러나 몸살을 앓고 있다. 

사실 KT는 현 정부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민간기업이다. 당연히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신요금 규제, 주파수 배정, 시장경쟁 등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영향력 아래 있어 소위 ‘낙하산 인사’가 수시로 출몰한다.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한 이석채 KT회장 역시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냈고, 현 정부의 국민경제자문위원을 지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서유열 사장 역시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 출신이다. 김은혜 KT 그룹미디어커뮤니케이션실장(전무)도 청와대 대변인을 하다 옮겨왔다.

사실상 정부가 민간기업인 KT의 인사권에 개입해 전횡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KT가 자회사를 동원해 종편 4곳에 모두 83억9000만원을 투자한 것 역시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 다른 기업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 벌어진 것이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이석채 회장의 짬짜미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대포폰 논란을 부른 서유열 사장 역시 이석채 회장의 오른팔이자 KT내부의 범 영포라인 핵심실세로 알려져 있다. 경주 출신으로 1982년 KT에 입사한 서 사장이지만, 이번 일로 사실상 영포라인에 속해 현 정부와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영화한 기업들은 정권의 그늘아래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그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알짜 기업들이 많다”며 “정부가 지분을 모두 넘겼다고 하지만 어떤 식으로 든 지배하려들기 때문에 끊임없이 가신(家臣)들을 내려 보내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리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영화라는 허울을 씌워놓고 정권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데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군사정권 시절도 아닌데 권력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시장에 맡겼으면 그만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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