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10돌 명암]
SKT와 경쟁…‘쇼’로 3G 이통 안착
애플 제휴 스마트폰 혁명 주도 성과
대선 캠프 출신 고위직 꿰차고 농단
10년전보다 주가추락·효율성 ‘갸웃’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 불만, 임금 정체로 인한 직원 만족도 저하, 잇따른 구설수에 따른 대국민 이미지 저하…’
지난 21일 민영화 10돌을 맞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통신기업 케이티(KT)의 성적표다. 기업을 떠받치는 주주, 종업원, 소비자(국민) 그 누구한테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통신’이란 말과 동일시되다시피 했던 회사에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케이티의 역사는 체신부 소속 통신파트(직원 6만8000명)가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분리독립한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정부는 1990년대 초·중반 꾸준히 지분을 내다팔았고 2002년 5월21일 정부 지분 28.4%가 최종 매각됐다. 완전한 민영회사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케이티는 에스케이텔레콤(SKT), 엘지유플러스(LGU+)와 함께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영역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쇼’ 브랜드로 3세대 이동통신을 안착시키고, 아이피티브이(IPTV)인 ‘쿡’ 브랜드도 최단기간에 100만 고객을 돌파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도 냈다. 또 아이폰을 들여와 스마트폰 혁명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케이티의 성적표는 부족함이 커 보인다. 우선 주주들이 민감해할 주가가 많이 내렸다. 민영화 당시 5만원대이던 주가는 21일 종가 2만8700원까지 떨어졌다. 액면분할 등 인위적인 조치가 없었는데도 주가가 거의 반토막났다. 민영화 뒤 ‘이익의 50% 주주 배당’ 원칙을 세웠고 2009년 1월 이석채 회장이 취임 직후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소각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 뼈아픈 결과다.
구성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대표 통신사라는 자부감에 대기업 못지않은 급여를 자랑했지만, 2002년 5051만원(평균 근속연수 16.7년)이던 직원 연평균 급여는, 2010년 5867만원(평균 근속연수 18.7년)으로 사실상 정체돼 있다. 반면, 2010년 케이티 임원 연평균 급여는 1인당 15억1000만원으로 에스케이텔레콤(1인당 10억5800만원)을 제쳤다. 케이티의 한 부장급 직원은 “입사할 때만 해도 나름 고액 연봉이었는데, 어느새 친구들과 비교하면 평균 이하가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 등 비전문가의 ‘낙하산 투입’, 제주 7대 세계경관 국제전화 투표 사기 논란, 자회사를 통한 종합편성채널 4사 ‘몰래 출자’ 등을 겪으며 대국민 이미지도 크게 나빠졌다. 최근엔 서유열 사장의 청와대 ‘차명폰’ 제공 사실까지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삼성스마트텔레비전 무단 접속차단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방만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공기업적인 단점에 정치권이라는 비공식적인 ‘오너’(대주주)가 전횡을 하는 재벌스러운 단점까지 겹쳐진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지만,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정부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통신업을 그만두는 게 정답 아니겠냐”(한 직원)는 냉소적인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정치적인 외풍이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나 노조 등 내부 견제나 감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한계다.
민영기업 케이티 1호 사장인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은 “민영화된 초기에는 좋은 지배구조라는 평가를 많이 들었는데, 몇년 새 대선 캠프에 있던 인사들이 임원으로 들락날락거리는 것을 보니 아쉬움이 크다”며 “우리나라 현실에서 민영화된 회사가 과연 정부 입김을 배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책임경영을 맡기고 그 결과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물으려면 돌멩이 주주(대주주)와 모래알 주주(소액주주)가 적절히 섞여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정부 입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등 대주주인 금융자본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