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통신사가 살아남는 법
전자신문 입력2012.06.24 18:06기사 내용
"아빠가 덥다고 창문을 열라고 한다. 창문을 여니 엄마가 모기가 들어온다고 도로 닫으라고 한다. 아들은 누구 말을 들어야 할까. 한쪽 말만 들으면 집안에 분란이 생긴다. 해법은 방충망을 다는 것이다."
최근 `보이스톡`으로 빚어진 망 중립성 해법을 묻자 한 전문가가 내놓은 비유다. 100% 공감이 간다. 숲속에 호랑이만 있거나 반대로 토끼만 살아남는다면 생태계가 온전할까. 가장 상식적인 `공존의 해법`이 있는데 극단의 논리가 판친다. 사회 전반에 퍼진 반(反)기업 정서가 기름을 붓는다.
KT가 여론이 나쁜데도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이용하려면 일정액을 더 내는 추가 요금제를 내놓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약관 개정을 검토 중이다. 정치권마저 나서서 `나쁜 통신사` 낙인찍기가 한창인데 다소 무모해 보인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통신 3사는 지난해 카카오톡 무료 문자서비스 때문에 매출 1조원이 사라진 터다. 통신사 음성 매출 비중은 75%에 이른다. 음성 매출까지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통신사엔 추가 요금제가 그런 면에서 최소한의 방어다. 보이스톡으로 빠져 나갈 요금을 보전하는 수단이다. 보이스톡을 쓰지 않으면 기존 요금제를 그냥 쓰면 된다. 그런데도 저항은 만만치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 기업에 적자를 감수하고도 무조건 요금을 내리라는 게 합당한지 반문조차 못할 분위기다. 요금 정책 중심의 통신사 생존법이 한계에 이른 느낌이다.
통신사가 유독 카카오톡에 딴죽을 거는 것은 모바일 시장 권력 교체가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거의 모두 이용하는 `카카오톡`은 사실상 `모바일 네이버`로 통한다. 당장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지만 머지않아 광고·쇼핑·게임 등의 서비스가 줄줄이 붙을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엔 이들 부가서비스가 황금어장이다.
카카오톡의 성공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통신사가 잃은 `민심`을 얻은 것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를 공짜로 뿌리고 검색광고로 돈을 버는 수익모델과 비슷하게 간다. 통신사로서는 얄밉지만 변화를 잘 간파했다.
통신사도 늦지 않았다. 어쩌면 네트워크와 단말 노하우가 많은 통신사가 더 잘할 수 있다. 음성LTE(VoLTE)·통합커뮤니케이션서비스(RCS) 등이 대항마가 될 수 있다.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적자생존 법칙을 이렇게 썼다. `살아남는 종(種)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닌,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통신사도, 카카오톡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장지영 통신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