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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너미 플러스> 민영화 10년 KT, 기로에 서다

관리자 2012.08.02 05:10 조회 수 : 3246

민영화 10년 KT, 기로에 서다

올해는 KT가 완전 민영화 10주년을 맞은 해다. 아울러 최고경영자(CEO)인 이석채 회장의 ‘올레(olleh)경영’ 2기에 접어든 해이기도 하다. KT는 최근 수년간 급격한 이미지 변신을 보여왔다. 이석채 회장은 CEO 부임 후 제2의 창업을 기치로 이른바 ‘올레경영’을 선언했다. 그는 KT 내에 켜켜이 쌓여 있던 공기업 근성을 상당 부분 걷어내며 조직혁신 작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또 KT와 KTF의 전격합병으로 유·무선 통합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애플 아이폰의 선제적 도입으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스마트폰 혁명’을 가져왔다. 특히 KT는 스마트폰 열풍의 진원지가 되면서 통신업계의 일대 혁신을 이끈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최근 통신업계 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다. 수익은 정체되고 경쟁은 격화하고 있다. KT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혁명의 선두주자라는 들뜬 기분은 냉엄한 현실 앞에서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통신산업은 변화가 극심한 업종이다. 리더십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 3월 KT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연임됐다. 새로운 임기 3년 동안 그는 또 어떤 리더십을 선보일 수 있을까.

통신업 정체 속 탈(脫)통신 모색 ‘전진이냐 후퇴냐’ 갈림길 봉착

 

스마트폰 혁명 주도 ‘약발’ 떨어지며 수익성 감소
카톡·보이스톡 등 ‘모바일 다크호스’ 등장도 쇼크

 

국내 통신 3사는 최근 자욱한 안개 속을 걷고 있다. 4세대(G)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의 경쟁 격화로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무료로 문자메시지와 음성통화를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 등장이라는 거대한 암초까지 만났다. 이동통신시장은 진작 포화상태에 이르러 가입자는 늘지 않고 수익도 게걸음을 하고 있다. KT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3년간 KT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할 수 있는 사업실적만 봐도 썩 괜찮은 수준이다.    KT는 2009년 매출액 18조9558억원, 영업이익 9452억원에 이어 2010년에는 매출액 20조2335억원, 영업이익 2조533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은 드라마틱한 실적을 올린 해였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6.8%, 영업이익은 무려 117.2% 증가한 것은 물론 KT 사상 최초로 매출 20조원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2009년 초 부임한 이석채 회장이 KT와 KTF를 전격 합병해 유·무선 통합 서비스 체제를 구축한 데다 국내 통신업계 최초로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한 게 뛰어난 실적의 비결이었다.   KT는 2011년에도 매출액 21조9900억원, 영업이익 1조9737억원으로 비교적 호조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한 게 아쉬운 대목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으로 기본료 1000원을 내린 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KT의 LTE 서비스 ‘WARP’를 알리는 행사 모습. 통신업체들은 LTE 시대 본격화로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통신사업 수익성 감소세 비상등 켜져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우선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3%나 뒷걸음질쳤다. 더욱이 2분기 영업이익도 비슷한 감소폭을 나타낼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이 12%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외형 확대에 비해 실속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성적표다. 한마디로 헛장사를 한 셈이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없지는 않다. 현재 국내 통신 3사는 롱텀에볼루션(LTE: 4세대 이동통신기술) 시장 확대를 위해 가입자 유치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KT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보다 뒤늦게 LTE 시장에 뛰어든 까닭에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추격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2분기 마케팅 비용만 5000억원을 상회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현재 LTE는 이동통신시장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통신시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국면이기 때문에 통신 3사는 기선제압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국내 통신업계는 LTE 투자와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어 LTE가 실적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KT는 한발 늦은 LTE 대응으로 이동통신시장의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에게마저 뒤처져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된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다.  다만 조만간 KT의 저력이 발휘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KT는 지난 4월 LTE 전국망 구축을 완료했다. 또 LTE 네트워크나 기술 면에서 경쟁사에 뒤질 게 없기 때문에 반격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KT 측의 입장이다.

- 기자간담회 도중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이석채 KT 회장.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LTE 가입자 수는 약 600만명. 그중 KT가 차지하는 몫은 120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LTE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KT도 올 연말까지 LTE 가입자 400만명 확보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KT가 뒤늦은 LTE 출발로 인해 힘들었던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났다.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추월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갤럭시S3가 출시된 데다 9월에는 아이폰5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돼 단말기 라인업 보강 효과에 따라 LTE 가입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수년간 한국 통신시장을 확 뒤집어놓는 저돌적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KT와 KTF의 합병으로 기존의 폐쇄적인 유·무선 통신시장의 장벽을 무너뜨렸고, 또 전격적인 아이폰 도입으로 음성통화 중심의 이동통신 시장을 데이터통신 중심으로 바꿔놓았다. 나아가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 카카오의 카카오톡은 KT를 비롯한 통신업체들의 문자메시지 매출 감소를 가져왔다.

이석채 회장이 KT 대표이사로 취임하던 2009년 당시 국내 통신시장은 유선과 무선의 분리, 3세대 음성통화 시장포화 상태에서 데이터통신 성장률이 사실상 제로였다.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이동통신 데이터요금이 너무 비싸 무선인터넷을 외면하다시피 했고, 유·무선이 분리돼 있는 까닭에 무선인터넷을 쓸 만한 단말기도 여의치 않았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이석채 회장은 유·무선 통합, 이동통신 데이터요금 구조 혁신, 스마트폰 확산, 네트워크 전략 혁신 등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2009년 11월 무선인터넷 요금을 88%나 대폭 인하해 스마트폰 사용환경을 구축했고, 곧장 국내 최초로 아이폰을 도입함으로써 스마트폰 혁명에 불을 댕겼다. 그 덕택에 KT는 굼뜬 공룡 이미지를 탈피하면서 국내 통신시장 혁신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스마트폰 혁명의 ‘부메랑’을 맞다

하지만 불과 1, 2년 사이에 환경이 급변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혁명의 부메랑이 KT를 비롯한 통신업계의 뒷덜미로 날아들고 있는 형국이다. 일례로 스마트폰 보급 확산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 통신업체 수익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통신 3사가 각종 요금할인 제도를 도입한 데다 무제한 요금제까지 출시하면서 스스로 수익성을 까먹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KT의 경우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2010년 2분기부터 지난 1분기까지 7분기 연속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통신업체들은 데이터 트래픽 급증으로 인해 네트워크 투자비용 부담까지 커지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통신산업은 전형적으로 투자한 만큼 수익으로 돌아오는 산업인데, 투자는 늘고 수익은 주는 딜레마에 봉착한 셈이다.  아울러 모바일 시대 본격화에 따라 새롭고 강력한 모바일 서비스가 등장한 것도 KT를 비롯한 통신업계에 예상치 못한 쇼크를 안겨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료 모바일 인터넷메신저(MIM)와 무료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다.


특히 국내 사용자가 3500만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통신업체들의 문자메시지(SMS) 매출액을 뚝 떨어뜨렸다. 카카오톡 때문에 통신업체 SMS 매출액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절반 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카오톡이 급속하게 확산되기 전인 2010년 기준 통신 3사의 SMS 매출규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하면 통신업계의 매출 감소분은 최소 3000억원에서 최대 7000억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 무서운 것은 카카오톡 사용자 기반을 그대로 업고 등장한 무료 mVoIP 보이스톡이다. 현재 통신업체 매출액의 약 70%는 음성통화에서 나오고 있다는 추산이다. 만약 보이스톡이 카카오톡의 기세처럼 확산된다면 통신업계에는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는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도 한국 통신업계의 변화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6월 KT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국 통신업계의 영업환경 악화로 향후 1~2년간 KT의 영업실적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통신산업 내부의 치열한 경쟁, 통신요금 인하 압박 등 불확실한 규제환경, 유선전화 사업 부문의 지속적인 수익감소 등 기존의 부정적 요인에다 무료 mVoIP 확산으로 유·무선 통화 수익을 위협하는 잠재적 변수마저 생겼다는 설명이다.  최윤미 신영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의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보이스톡 서비스도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통신사에게는 음성통화 수익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직은 무료 mVoIP의 영향이 어느 정도로 커질지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이른바 ‘망 중립성’ 논란이 한창인 것도 한 가지 이유다. 망 중립성이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 등 3가지 원칙이 모든 인터넷 사용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망 중립성이 핫이슈로 등장한 것은 최근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스마트TV 등 스마트기기 확산으로 대규모 데이터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인터넷 망의 과부하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콘텐츠나 플랫폼 사업자는 차별 없이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망 중립성 이슈는 카카오톡, 보이스톡 등 무료 모바일 인터넷메신저·인터넷전화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업계 차원을 넘어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망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7월13일 통신망 이용 기준안을 내놓았다. 통신업체는 통신망 과부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통신업계로서는 한숨 돌릴 만한 조치다.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 업계는 방통위의 기준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망 중립성 논란은 더욱 눈덩이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통신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무료 메신저나 무료 mVoIP는 일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 KT 직원들이 고층빌딩 건설현장에서 통신망을 점검하고 있다.

‘탈(脫)통신’에서 새로운 미래 찾아나서


KT는 이석채 회장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2015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주력 비즈니스인 통신사업이 정체된 상황에서 너무 과도한 목표 설정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활로는 ‘통신 밖’에서 찾는다는 게 KT의 중장기 전략이다. 이미 통신사업의 한계를 절감했던 탓이다. KT는 이석채 회장 부임 후 비(非)통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서비스 사업 육성에 큰 공을 들이는 한편 비씨카드, 금호렌터카 등 타 업종 대형업체를 인수하면서 이른바 컨버전스 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사업도 매우 중요한 신성장동력 중 하나다. KT는 2015년까지 해외사업에서 연 매출 3조90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컨버전스 리더’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2004년 이후 KT의 해외사업은 연 평균 9% 정도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는 설명이다. 현재 KT는 전략적 지분투자, 글로벌 통신사와 제휴를 통한 공동시장 개척, 글로벌 IT업체와 파트너십 구축 등을 통해 해외사업 확대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제 통신시장은 2000년대 초·중반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더 이상 아니다. KT를 비롯한 통신업계도 잘 알고 있다. 결국 탈(脫)통신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게 지속성장의 해답일 수밖에 없다. KT의 비통신사업이 어떤 결실을 맺어나갈지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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