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계열사 급증의 까닭
IT서비스에서 금융·렌탈·부동산까지 돈 되는 사업 찾아 ‘전방위 다각화’
KT의 계열사는 무려 50개에 달한다. 웬만한 재벌그룹 못지않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올레’라는 슬로건으로 한층 친숙해진 KT이지만, KT의 계열사가 이렇게 많은 줄 아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대규모 그룹으로 변모한 KT의 계열사 현황을 살펴봤다.
- KT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인수해 KT스카이라이프를 출범시켰다.KT의 계열사는 지배회사인 KT를 제외하고 모두 50개사다. KT가 완전 민영화된 2002년께 KT의 계열사는 9개였음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5배 이상 계열사가 늘어난 셈이다. 이석채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인 2008년 KT의 계열사는 29개였다. 따라서 이 회장의 첫 번째 임기 3년 동안 21개의 계열사가 새 식구로 편입된 셈이다. 이 회장은 KT의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다수의 회사를 인수했고, 그 결과 계열사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KT 계열사들은 크게 통신, IT서비스, 미디어/콘텐츠, 컨버전스 등 4대 사업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이석채 회장은 KT호(號) 선장을 맡은 후 줄곧 컨버전스, 탈(脫)통신을 새로운 사업의 기치로 내세워 왔다. 그런 까닭에 특히 IT서비스, 컨버전스 분야에 새 얼굴들이 많아졌다.
먼저 IT서비스 영역을 보면 우선 KT그룹의 소프트웨어 분야 원천기술 확보를 주임무로 하는 KT이노츠가 눈에 띈다. KT이노츠는 KT가 국내 소프트웨어 분야 선도기업 중 하나인 티맥스소프트와 손잡고 2010년 1월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차세대 컴퓨팅 환경의 메인스트림으로 떠오른 ‘오픈, 모바일, 클라우드, 그린’ 4개 분야에서 앞선 소프트웨어 기술과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넥스알도 눈여겨볼 만한 계열사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는 벤처기업이었는데, 지난해 초 KT에 인수됐다. KT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대용량 분산저장·처리 기술 확보를 위해 넥스알을 품에 안았다. 넥스알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용어가 정립되기 전부터 기반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을 만큼 국내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이다.
KT가 지난해 말 인수한 동영상 검색 전문업체 엔써즈도 주목할 만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KT는 엔써즈의 동영상 검색 솔루션을 클라우드 컴퓨팅에 탑재해 콘텐츠 구매·저장·관리·시청을 한번에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동영상 유통 플랫폼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KT의 컨버전스 사업 영역에도 눈에 띄는 계열사들이 적지 않다. 종합렌탈회사를 표방하는 KT렌탈은 통신 및 IT장비 렌탈사업을 하던 한국통신진흥주식회사가 전신이다. 현재는 IT장비뿐 아니라 의료장비, 건설기계, 차량 등 다른 분야로 렌탈사업을 다각화한 상태다. 특히 2010년 국내 렌터카 1위 업체인 금호렌터카를 인수해 ‘KT금호렌터카’라는 브랜드로 차량렌탈사업 부문을 대폭 확대해나가고 있다.
KT는 금융사업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그 선봉에는 KT캐피탈이 서 있다. KT캐피탈은 2006년 KT렌탈의 금융부문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종합여신전문업체다. 현재 리스금융, 할부금융, 오토(차량)금융, 기업금융, 투자금융을 사업영역으로 삼고 있다. KT는 또 지난해 대형 카드업체인 비씨카드를 인수하면서 신용카드사업에도 진출했다. 향후 KT의 금융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주목되는 이유다.
KT는 2010년 KT에스테이트를 설립하면서 부동산사업에도 뛰어들었다. KT에스테이트는 부동산 취득·개발·운용·처분 등 부동산 전반에 걸친 종합 솔루션 제공을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다. 특히 KT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자산 개발 임무도 맡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KT는 지난 1분기에 매출액 5조7578억원, 영업이익 57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3% 감소했다. 통신 부문 수익이 감소했지만 KT스카이라이프, 비씨카드 등 비통신 부문 수익이 증가하면서 그나마 선방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이석채 회장은 1분기 실적발표가 있던 날, 전체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비통신 사업을 강화하는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게 이메일 내용의 골자였다. KT의 성장엔진이 통신에서 비통신으로 넘어가는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음을 공식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