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못할 통신사 앓는 소리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망투자에 투입돼야 할 재원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통신망에서도 '블랙아웃'현상이 나타날지 모릅니다."
한 이동통신업체 임원은 최근 통신망과 관련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통신사의 어려운 사정을 하소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비단 이 임원뿐 아니라 통신업계에 종사하는 직원들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힘들다고 아우성친다. 정치권과 소비자들의 이동통신 요금 압박이 거세지면 어김없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경영환경 악화를 들고 나오지만 문제는 정작 소비자들은 공감하지 못하는데 있다. 곳간이 비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가입자를 서로 뺏기 위한 마케팅 경쟁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탓이다.
불황으로 어려웠던 지난 2ㆍ4분기 재무제표를 보면 이 같은 의심은 더 커진다. 이 기간 동안 SK텔레콤은 전체 매출의 30%가량인 9,600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 부었고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5,890억원과 4,866억원을 지출했다. 이런데도 순증 가입자는 10만여명에 그쳐 3사가 단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2조원 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통 3사는 지난해 기본료 1,000원 인하로 인한 매출감소 효과가 1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2배 가까이 되는 금액을 불과 3개월 만에 마케팅비로 지출한 것이다.
어느 분야에 투자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는 기업 경영진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3개 통신사가 과점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지배력을 다져왔다는 점에서 지금 통신사들의 읍소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부분이 많다. 더욱이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은 경영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이 같은 점에서 국가 기간망을 운영하는 한 이통사 임원이 블랙아웃 운운한 것이 소비자 눈에 곱게 비춰질 리 없다. 어렵다고 읍소하기 전에 자금 운용의 우선순위부터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