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라는 거대한 선박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모습이다. 주력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도 바뀌어 경영전략이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국내 무선통신 가입자는 5천만을 돌파해 총인구수를 넘어 섰다. 인터넷도 3명당 1회선을 보유하고 있어 포화상태다. 이로인해 유선전화, 무선통신, 인터넷 등 KT의 핵심사업 매출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 섰다.
KT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경영컨설팅업에서 부터 장비도매업까지 눈에 띄는대로 사업을 벌였지만 신규출자회사의 40%가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와중에 향후 무선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 LTE시장에서는 LGU+에게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떨어졌다.
■ 무선통신 가입자 5천만 돌파... 통신시장 포화
국내 기간통신산업은 앞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선전화 시장은 이미 200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무선전화가 보편화되면서 5년 동안 계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여 시장규모가 지금까지 18% 줄었다.
인터넷 부문도 2009년을 정점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 5월말 가입자가 1,800만명을 돌파해 국민 3명당 1회선을 보유하고 있는데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나마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던 무선통신부문은 작년 말 가입자가 5,300만명을 넘어 총인구 대비 106%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성장세도 2007년 8%에서 지난해에는 3%로 하락했다. 무선통신 중 유일하게 LTE부분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올 하반기와 내년 통신시장의 판세는 LTE가 결정지을 전망이다.
■ 유선·무선·인터넷 등 통신서비스 전 부문 매출 감소
KT의 매출구성은 유선전화, 무선통신, 인터넷, 단말기 매출 등 통신 서비스부문이 76%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다. 그러나 KT의 주력인 이들 통신사업 부문은 지난해부터 전 부문 매출이 감소세로돌아 섰다. 국내 통신시장은 증가율이 둔화되고있을 뿐 그나마 성장을 계속 하고 있는데 KT는 이미 매출이 감소세로 꺾였다.
그나마 앞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LTE 시장에서도 KT는 후발사인 LGU+에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6말 현재 LTE가입자는 SKT가 350만명, LGU+ 270만명, KT 170만명으로 집계됐다. KT가 LG보다 100만명이나 뒤지고 있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지난 4월말 LTE 전국망 구축 완료후 가입자 확보가 탄력을 받고 있고 무선 가입자당 평균매출이 8분기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하며 의욕을 보였다. 이와 함께 "최근 통신서비스 시장의 흐름에 맞춰 유무선 영역 사업을 통합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며 "경쟁사 보다 한발 앞선 유무선 통합을 통해 앞으로 매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 포털, 인력공급, 장비도매업까지... 공격적 사업전개
KT는 통신부문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자 통신이외의 분야로 진출을 모색해 왔다. 2005년에는 인터넷 포털 ‘다음’의 이치영 부사장을 영입해 콘텐츠와 인터넷포털 사업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콘텐츠 기반이 약한데다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해 결국 인터넷 포탈 ‘파란닷컴’은 지난 7월말 폐쇄됐다.
2009년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신규사업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3년 동안 34개 회사를 새로 인수‧설립 하면서 통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광고, 인력공급, 장비도매에 경영컨설팅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을 벌려 나갔다.
이러한 가운데 KT의 주력사업이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자 경영진은 다급해져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에 바빠졌다. KT 이석채 회장은 지난 3월 19일 “KT를 글로벌 미디어 유통 기업으로 만들겠다”며 “2015년까지 미디어부문에서 지상파 MBC를 능가하는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은 냉정하다. 미디어 시장은 기존의 지상파 3사와 올해 새로 시작한 종합편성방송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CJ 등 복합유선방송사들과 지역케이블 회사까지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어 KT가 낄 자리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는 “콘텐츠가 없는 KT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석채 회장의 발언은 뜬구름 잡는 얘기”라며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했다. 업계관계자는 “KT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어떤 사장이 선임될지 모르는데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필요한 미디어사업에 승부를 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 정권 따라 바뀌는 경영진... 시작만 하다 떠나
업계 일각에서는 KT가 장기적인 비전을 가꾸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 영향을 받아 최고경영진이 단명(短命)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KT는 민영화 이후 10년 동안 4명의 CEO가 교체되었고 평균 재임기간은 3.1년에 불과하다. 모두가 1회성 사장인 셈이다. MB정권으로 바뀔 때는 남중수 전 사장이 구속돼 강제 해임되면서 TK출신 이석채 회장이 선임되는 등 CEO와 임원 선임에 정치적 변수가 많아 ‘무늬만 민영화’일 뿐이다.
이 회장의 경우도 올해 주총에서 재선임되어 임기가 상당기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에서는 벌써부터 정권교체기에 놓인 CEO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T측은 "CEO가 바뀌어도 사업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일관성를 가져왔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남중수 사장에서 이석채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사업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지적하며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이 회장이 추진 해 온 중점사업들이 바뀔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가뜩이나 관료, 정치인 등 기업 경영 경험이 없는 인사들이 CEO로 선임되는데다 재임기간마저 짧아 이것저것 시도하며 공부만하다 떠난다는 얘기다. 민영화 10년이 지난 오늘날도 공기업의 폐해를 그대로 물려받고 있는 KT의 자화상이다.
[조세일보] 문성희 전문위원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12/08/201208161506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