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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업계 “통신사 망 설비투자 주장은 넌센스”

 

 

‘망중립성’ 얘기를 다시 꺼내볼까 한다. 망중립성 논란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사업 같은 mVoIP 서비스의 합당성 논의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문제다. 인터넷 사용의 자유를 논하는 문제를 기업간 분쟁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편협하다.  최근 몇 달 동안 한정된 전파자원을 나눠 쓰는 문제를 놓고 카카오톡을 비롯한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와 이동통신사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특히 국내 통신사는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같은 mVoIP 서비스가 성행하면 이는 곧 통신사의 수익 악화로 이어지고, 수익 악화는 네트워크 망 투자 여력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했다. 즉, 통신사가 투자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동통신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이에 대한 비용을 내라는 얘기가 이어졌다.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발생하는 트래픽은 사용자든 기업이든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사용자들이 이동통신 요금으로 네트워크 비용을 내고 있는 마당에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이 별도로 추가 비용을 낼 필요는 없다고 맞서면서 망중립성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이통사, 망 투자 비용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도 내야

 

이와 비슷한 사건이 지난 2월에도 있었다. KT와 삼성전자 스마트TV 간 망중립성 논란이다. 당시 KT는 스마트TV가 야기하는 막대한 트래픽 때문에 망 부하가 엄청나다고 호소하면서 ‘스마트TV 인터넷망 무단 사용에 대한 접속 제한’을 시행했다.  KT는 IPTV와 스마트TV 100만대가 실시간으로 방송을 전송했을 때 IPTV는 약 600Mbps를,스마트TV는 약 550Gbps에 이르는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수 인터넷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마트TV 접속 제한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아직 국내에 스마트TV가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지만, 스마트TV 가입자가 늘어나면 과다한 트래픽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KT를 거들었다.

 

삼성전자는 반발했다. 제조사가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KT는 통신사가 투자해 온 네트워크 인프라의 일부분을 점유해서 수익을 내고 있다면, 트래픽 발생으로 인한 투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대응했다.

 

결국 이 논리는 현재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의 주장과 이에 맞서는 통신사의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태철 SK텔레콤 CR전략실 전무는 지난 7월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 주재로 진행된 ‘모바일 인터넷 전화 전면 허용, ICT 산업 발전에 약인가? 독인가?’라는 망 중립성 포럼에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mVoIP 확산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mVoIP 등장은 통신사의 핵심 투자재원 잠식은 물론 통신망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라고 말했다.

 

KT는 한 술 더 떴다. 사적 재화인 네트워크를 공공재로 생각하고 무절제하게 사용하면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인터넷 생태계의 모든 사업자가 붕괴되는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겁을 줬다.  김효실 KT 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카카오톡, mVoIP 등 통신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잠식하는 서비스가 증가할 경우, 투자 여력을 상실해 ICT 생태계의 선순환발전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유무선망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는 사업자는 정당한 대가를 부담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겉으로 내세운 이유는 여럿이지만, 국내 통신사들이 하고픈 주장은 결국 하나다. 네트워크 망 투자는 통신사가 계속해야 하는데 여기엔 비용이 계속 들어가니,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도 망 투자 비용을 내란 얘기다. 만약 망중립성 원칙에 따라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이 망에 기반한 서비스를 선보일 경우, 통신 목적으로 설계했던 망에 부하가 걸려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말이다. 이들은 네트워크에 과도하게 트래픽이 실리면 모든 통신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블랙아웃’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엄포도 빠뜨리지 않았다.

 

네트워크 업계, “블랙아웃은 오지 않는다”

 

헌데 정작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통신사와 조금 다른 모양이다. 국내 통신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들은 블로터닷넷과의 만남에서 감춰뒀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직장에 몸을 담고 있는 처지, 통신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실명을 밝히지 못하는 점을 염두에 두고 들어보자.

 

한 네트워크 업체 대표는 “망 투자 비용이 증가한다는 통신사 목소리 자체에 속임수가 있다”라며 “망 투자는 물리적 망 설비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망을 빨랫줄에 비유한다면, 네트워크 망 증설은 빨랫줄 가닥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빨랫줄에 거는 빨래를 늘리는 것이란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과거 국내 통신사가 10Mbps 광케이블을 설치하고 망 투자를 늘릴 때 케이블을 더 깔았다면, LTE 같은 4세대 통신망은 같은 케이블의 대역폭을 100Mbps로 늘리는 식으로 발전했다. 물리적인 공사 비용은 줄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네트워크 망은 이미 예전에 다 깔았기에, 국내 이통 3사는 7년전에 회선을 설치한 데 따른 본전을 이미 회수했다”라며 “그 망들의 감가상각이 끝난만큼 통신사가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에 회선 사용료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네트워크 장비업체 관계자 말도 이와 비슷하다. 이 관계자는 “망 부하 문제는 케이블을 증설하는 게 아니라 스위치와 라우터 등 장비와 광모듈을 바꿔 끼우면 해결되는 문제”라며 “망중립성 논의에서 통신사가 주장하는 설비 투자 비용 얘기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년전 통신을 위해 사용하는 라우터 장비의 가격은 20~30억원을 우습게 넘겼다. 전화국끼리 라우터를 설치해서 통신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망 투자에 적잖은 비용이 들어갔다. 이제는 라우터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L3 백본 스위치에 광 모듈을 바로 꽂는 게 전부다. 과거에 설치한 케이블도 그대로 사용한다. 10년전과 비교해 50%의 가격으로 1천배 이상 빨라진 속도를 누릴 수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망 관리와 유지비용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는 망 투자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에게 망 이용료를 내라고 성화다.

 

네트워크 관계자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졌다. “국내 통신사 중 KT가 국내 유선망의 50%를 갖고 있습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합쳐서 40%를 갖고 있고, 나머지가 한 10% 정도라고 보면 되지요. KT가 유선망 절대 강자다 보니, 망중립성 관련해 목소리가 높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TV 사건에서 실제로 삼성전자 스마트TV가 평균 네트워크 회선 2Gbps를 사용했다고 KT로부터 들었습니다. 블랙아웃이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네트워크 장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모든 네트워크 망에 부하가 걸려서 아무 통신도 이뤄지지 않는 블랙아웃은 말 그대로 가정일 뿐이란 얘기다. 이 관계자는 무선 네트워크 단위 트래픽당 투자비용이 2020년까지 연평균 4% 감소하고 있다며, 국내 통신사의 망중립성 관련 소식은 수익 보전을 위한 엄살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과거 ‘리니지’ 게임이 유행할 때는 통신사들이 앞다퉈 PC방에 자신들의 회선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통신사가 네트워크 망을 무료로 공급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PC방 업주들이 ‘리니지’가 잘 터지는 업체를 찾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단다. 콘텐츠 사업자가 힘이 셀 때는 망 사업자가 굽신거렸다는 뜻이다.

 

네트워크는 평등하지만, 헤게모니는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네트워크는 사적 재화가 아니라 공적 재화다. KT는 자신들이 맨 처음 전화국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망중립성을 허하라. 블랙아웃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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