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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그 회사엔 ‘인사팀’이 없다, 왜일까?

관리자 2015.05.27 18:17 조회 수 : 714

그 회사엔 ‘인사팀’이 없다, 왜일까?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의 성과에 서열을 매겨 상대평가하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 제도를 폐지했다. 직원간 협력을 해치고 창의적인 문화가 약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직 행동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 전문가 새뮤얼 컬버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 교수는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렇게 평했다. “상사가 할 일은 직원 평가가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것이다.”


직원들의 실적에 강제로 순위를 매겨 평가·보상하는 제도는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국외에서는 이미 상대평가에 기댄 성과관리 제도에 균열이 일고 있다. 경쟁 심리를 자극해 동기를 부여하는 순기능보다 집단 창의력 발현을 저해하고, 단기 성과주의만 촉진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평가제도 개선 등 여러 시도를 하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게임업체 블루홀의 직원 챙기는 ‘피플팀’
모든 구성원 협력 북돋우는 혁신적 실험

피플팀 IT 다른 신생업체로 전파중
업계 평균 이직률 25%, 블루홀은 17.7%

회사 그만둔 300명 중 22명 다시 입사
퇴사자 면담서 “못다 한 진심 쏟아져”

복리후생 챙기며 평가팀과 협업구조
평가목적 경쟁 아닌 조직·개인 ‘피드백’


게임업체인 블루홀엔 인사팀이 없다. 대신 ‘피플팀’(People Team)이 있다. ‘네오위즈’를 공동창업한 1세대 벤처기업인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겸 블루홀 이사회 의장이 2007년 이 회사를 설립할 당시부터 존재한 팀이다.


블루홀에 합류한 이들은 전에 몸담았던 회사의 인사나 경영 조직에 대해 실망과 불신을 토로했다. 임재연 피플팀 팀장은 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피플팀이다. 구성원 369명을 챙기는 일을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인재가 중심인 회사임을 드러내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해까지 블루홀의 연평균 이직률은 17.7%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계 평균 이직률은 25%다.


게임업계는 프로젝트 팀 단위로 이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시이오(CEO)스코어가 2013년 연매출 1천억원 이상인 게임사 4곳을 조사한 결과, 평균 근속연수가 5년이 넘는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블루홀 지표 중 흥미로운 부분은 재입사율이다. 회사를 나간 300명 가운데 22명(7.3%)이 되돌아왔다.


물론 지난 8년간 탄탄대로만 걸은 건 아니다. 2011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를 개발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다. 영업이익(연결 기준) 적자를 기록한 2012년, 희망퇴직으로 45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들을 입사 때부터 지켜봐온 피플팀장으로서는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였다. 2013년 ‘테라’를 부분 유료화 방식으로 서비스하면서 회사는 안정을 찾았다. 그해 말 신입사원 공개채용도 시작했다. 협력보다는 개인 능력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게임업계에서 블루홀이 시도하고 있는 실험들을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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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쌓기가 우선

임재연 팀장을 포함한 팀원 다섯명은 사무실 자리를 잘 지키지 않는다.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대화를 한다. 회사 생활에 문제가 있을 땐 해결에 나서고, 실제로 문제가 해결됐는지도 챙긴다. 직원들의 궁금증에 대해 경영진이든 피플팀이든 무조건 피드백을 하는 게 원칙이다.


이러한 문화는 2012년 무렵 회사가 위기를 겪었을 때 더 공고해졌다. 구성원들의 절망이나 오해를 막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김강석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분기마다 매출 현황 등 회사 사정을 모든 직원에게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시간을 갖는다. 임재연 팀장은 단언한다. “가장 성공한 인사 업무는 원활하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다.”


그가 보기에 프로그래머·기획자 등 하는 일에 따라 소통 방식은 전혀 다르다. 여러 직군에 속한 개인들의 특성을 파악해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먼저 구성원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원 생일마다 피플팀은 축하 케이크와 함께 손으로 쓴 카드를 전한다. 카드엔 한 개인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쓰기 힘든 내용이 들어가 있다.


최근 사무실 공간이 두 개로 분리되면서 몇몇 부서는 기존에 머물던 공간에서 이사를 나가야 했다. 이삿짐을 싸는 직원들 사이에선 ‘피플팀이 우리도 챙겨주는 거냐’는 말이 나왔다. 임 팀장은 “공간 분리로 인해 소외되진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입사 과정에서뿐 아니라 퇴사 결정을 한 직원들도 피플팀장을 마주하게 된다. ‘무조건 들어주는’ 퇴사자 면담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나가면서, 그동안 꺼내놓지 못한 진심이 담긴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피플팀은 다른 정보기술(IT) 신생업체로도 전파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3년 11월 ‘구성원을 세심하게 보살펴주는’ 피플팀을 만들었다. 기업평가 사이트 잡플래닛도 피플팀을 도입할 계획이다.


평가 목적은 피드백

블루홀에서도 등급을 매기는 성과평가를 진행하기는 한다. 그러나 직원 개인만 평가하는 게 아니다. 조직의 성과도 함께 평가한다. 2009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해온 제도다. 성과평가를 시행하는 주체는 전략기획팀이다. 복리후생을 담당하는 팀(피플팀)과 평가를 진행하는 팀이 분리돼 있으면서 서로 협업하는 구조다.


성과평가를 하는 목적은 경쟁 심리 자극이 아닌 조직과 개인 간 ‘피드백’이다. 김범석 전략기획팀 팀장은 “까다로운 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한 직원들이 계속 좋은 인재인지 확인하고 공동의 목표에 맞게 보정하는 것이 평가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개인과 조직의 성공은 별개라고 생각하거나, 나는 잘했는데 팀이 문제라고 여기는 순간 팀워크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조직이 내놓은 성과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이러한 결과 역시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것임을 알자는 의도입니다.”


개인평가 등급은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 직원들이 스스로 평가를 하고 팀장이 이를 검토해 등급을 확정한다. 개인 목표와 그에 대한 평가, 블루홀 인재상에 비추어 본 평가, 개선 요구사항 등 네댓 개의 굵직굵직한 질문에 서술형으로 답변을 쓰는 방식이다. 조직 성과평가 등급은 팀장 평가를 거쳐 상위 부서장이 확정한다. 조직 목표와 그에 대한 평가, 개선 요구사항 등에 대해 답변을 쓰도록 돼 있다. 김범석 팀장은 조직평가 점수와 소속 개인들의 평균 점수 간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2년 전부터 개인들의 평가점수 평균치와 조직의 성과평가 결과를 맞추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일을 잘했다’고 평가하는 기준은 매우 달랐다. 경영진은 ‘재무적 성과’를 평가 기준으로 보는 반면, 직원들은 ‘일을 열심히 했다’는 정서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성과’의 기준을 과연 무엇으로 정립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블루홀의 조직 성과평가 기준엔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협업을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조직’ 등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얼마나 실현했느냐도 포함된다. 김 팀장은 이러한 평가제도를 인력을 키우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했다.


제도 적용은 유연하게

블루홀은 최근 모바일 게임업체 스콜을 인수했다. 김범석 팀장은 이 조직에선 성과평가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프로듀서가 구성원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고,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를 서로가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평가서 작성은 되레 불필요한 일이 될 수 있다. 제도를 고집하기보다 일터 상황에 맞춰 적용 여부나 방식을 고쳐나가는 중이다.


회사 규모가 클수록 피플팀 방식의 ‘직원 챙기기’는 쉽지 않을 터다. 임재연 팀장도 이 부분을 고민해왔다. 그가 찾은 답은 결국, 협력이다. “중요한 전제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팀에는 나보다 10살이나 어리지만 업무를 잘 이해하고 열심히 하는 다음 세대가 있다. 팀원들이 호흡을 잘 맞추면 피플팀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꽤 오래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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