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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 - 편한 동료 - 마음의 평안 없는 ‘3無 샐러리맨’


근무 환경은 제각각이지만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이동환 만성피로클리닉 원장(대한만성피로학회 명예회장)은 만성피로에 시달린다는 직장인들을 10여 년 동안 상담했다. 이들에게는 쉴 시간, 편한 인간관계, 마음의 평안 등 3가지가 없는 ‘3무(無) 현상’이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의 상담 사례를 토대로 가상 인물인 ‘○○기업 대리 우울한 씨’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 오전 8시: 쉴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

우 대리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피곤함에 눈이 자꾸 감긴다. 전에는 잠을 자고 일어난 뒤 상쾌함에 눈이 저절로 떠졌지만 입사 이후로 이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는데 얼마 전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면 목 아래 5cm 부위를 누군가가 벽돌로 지그시 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건강검진 때 의사는 “스트레스로 식도염이 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출근하면 상사는 “업계가 위기니 더 고삐를 죄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입사 이후 계속 회사는 위기의식을 강조했고 일은 늘어났다.

직장인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사례다. 실제 위기였는지와 상관없이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한국 직장문화에선 일이 없어도 회사에 출근해 자리를 지키는 게 미덕으로 통한다. 집단주의 의식이 강한 한국 특유의 조직문화가 개인 시간을 침범한다는 분석도 있다. 구성원이 조직과 잘 융화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업무 외 시간의 회식과 모임 등이 빈발하며 개인 시간을 침범하는 게 당연시된다는 것.

김성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한국의 기업 상당수가 선진국 수준보다 훨씬 많은 근무시간을 전제로 인력 운용 계획을 짠다”며 “업무 효율을 높여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게 기업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낮 12시 반: 함께할수록 꼬이는 인간관계

우 대리는 홀로 회사 앞 산책로에 나왔다. 식사 내내 동료들과 말 한마디 섞지 않았다. 팀장에게 꼭 말하고 싶었던 불만도 괜히 일만 더 키울 것 같아 참았다. 윗사람에게 직언하다간 찍힐 것 같고 후배들에게 잔소리하면 왕따 당할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중이다.

직장에서 온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할 동료들이 스트레스의 원인이란 진단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사의 인사평가 기준이 개개인 단위로 쪼개지면서 팀원들이 같이 성과를 내고 동료애를 느끼는 일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의 직장인일수록 사회생활 하며 겪게 되는 갈등을 접할 때 더 큰 부담감을 갖는다. 자신이 싫어하는 상대를 설득해 본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 조선경 딜로이트컨설팅 리더십코칭센터장은 “형제자매 없이 홀로 자란 어린 직장인일수록 갈등 관계를 풀어 가는 기술이 부족하다. 자기애가 강한 이들에게는 강압적인 화법이 아니라 내적인 동기 유발로 그들 스스로 동료에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해석했다.

상사도 감정의 소통 방식을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는 “자기 감정을 통제하고 동료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 리더는 많지 않다. 갈등이 생기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화부터 내는 상사가 많은 이유”라며 “후배들은 화내는 상사 앞에서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입을 닫아 버리고 더는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조직의 침묵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오후 7시: 커지는 ‘불안’

우 대리는 퇴근 후 영어학원으로 향했다. 딱히 영어를 많이 쓰는 업무를 담당하진 않지만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서다.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따겠다며 입학 시험을 준비하는 동료도 적지 않다. 막상 딴 사람들도 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안 딴 사람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피로도가 높은 직장인일수록 불안감이 크다. 불안이 만연하게 된 이유는 한국이 저성장 사회로 넘어가면서 조직 안팎에서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과로사회’의 저자 김영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성과로 생존 여부가 갈리는 시대에 사람들은 자투리 시간에도 자기계발을 하는 등 강박적으로 빈 시간을 채우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대부분은 사회심리적 건강 점수가 매우 낮았다.

‘삼포세대’(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는 언제든지 더 안정적이고 봉급도 많이 주는 직장으로 옮길 수 있도록 꾸준히 자기 경력을 쌓고 대비하는 것을 숙명으로 여긴다. 그렇게 그리던 직장에 들어왔지만 취업 사이트를 기웃거리는 신입 사원들, 경력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대학원 학위 취득에 매달려 과잉 학력을 채워 나가는 5∼10년 차 직장인들이 한국사회에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가 평생을 보장해 줄 것이란 믿음은 이미 깨졌다. 안정적인 노후 생활도 보장받기 힘들다. 대기업 임원인 A 씨(50)는 “상무까지 달았던 선배가 최근 개인택시를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애들 뒷바라지에 노후 자금까지 퍼부어 내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 선배들의 발자취만 따르면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던 시대가 지났다. 생존의 갈림길에서 각자 어떤 선택을 해야 될지를 놓고 스트레스 받는 시대가 오늘이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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